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. 이제는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‘재택근무’가 하나의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. 그런데 집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, 과연 산업재해(산재)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? 이번 글에서는 재택근무 중 발생한 사고가 산재로 인정되는지 여부, 산재 신청 절차, 주의사항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.
산업재해란 무엇인가?
먼저 산업재해의 정의부터 짚어봐야 합니다. 산업재해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업무로 인해 발생한 부상, 질병, 장애, 사망 등을 의미합니다. 쉽게 말해, 일과 관련된 사고나 병이라면 모두 산재의 범주에 들어갑니다.
대한민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(산재법)에 따르면, 업무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대해 근로자는 의료비, 휴업급여, 장해급여 등 다양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.
그렇다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의 경우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까요?
재택근무 중 사고, 산재 인정 가능할까?
결론부터 말하자면, 재택근무 중 발생한 사고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.
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. 사고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, 업무 시간과 업무 공간 내에서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.
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은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.
- 회사가 지정한 업무 시간 중 노트북 사용 중 손목에 무리가 가서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
-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던 중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 사고 발생
- 화상 회의 준비 중 의자에서 떨어져 골절상 발생
- 상사 지시로 급히 자료를 출력하러 이동 중 계단에서 넘어져 부상
반대로 아래와 같은 경우는 업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산재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.
- 점심시간에 개인적으로 요리를 하다 칼에 손을 벤 경우
- 업무 시간 외 TV 시청 중 허리를 삐끗한 경우
- 아이 돌보던 중 넘어져 다친 경우
즉, 재택근무 중 발생한 모든 사고가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, **‘업무 기인성’과 ‘업무수행성’**을 충족해야 합니다.
재택근무 산재 신청, 어떻게 하나?
재택근무 중 사고가 발생했다면 산재 신청 절차를 알아야 합니다. 산재 신청은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진행되며,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릅니다.
- 산재 신청서 작성
-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소정의 양식 작성
- 사고 발생 일시, 장소, 경위 등 구체적으로 기재
- 관련 증빙자료 제출
- 진단서, 치료 내역, 의료비 영수증
- 사고 당시 사진, CCTV 영상(가능한 경우)
- 재택근무 지시서, 업무일지, 이메일 기록 등
- 회사 확인
- 회사에 사고 사실과 산재 신청 사실을 알리고, 필요한 확인 절차 진행
- 회사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근로자는 직접 신청 가능
- 근로복지공단 접수
- 서류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고 심사 과정 진행
- 필요 시 공단에서 추가 자료 요청 및 현장 조사 가능
심사 과정은 통상 1~3개월 소요되며, 복잡한 사안일 경우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.
산재 신청이 승인되면 의료비, 휴업급여, 장해급여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.
재택근무 산재 신청 시 주의할 점
재택근무 산재 신청은 일반적인 직장 내 사고에 비해 업무와 사고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더 어렵습니다.
따라서 다음 사항을 미리 준비하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- 업무 시간, 장소의 명확성 확보
재택근무 시 업무 시간과 공간(예: 작업방, 서재 등)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. - 업무 지시 및 진행 과정 기록
이메일, 메신저, 업무 일지 등을 통해 어떤 업무를 언제 어떻게 수행했는지 근거를 남겨야 합니다. - 사고 당시 정황 기록
사고가 발생한 즉시 사진을 찍고, 가족이나 지인에게 증언을 요청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.
이러한 자료들은 업무수행성과 업무 기인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므로, 평소에도 업무 관련 기록을 잘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.
재택근무 산재, 인정받은 사례는?
실제 재택근무 중에도 산재로 인정된 사례가 존재합니다.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.
- 사례 1: 업무용 컴퓨터 사용 중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 사고
한 근로자는 재택근무 중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하다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고, 이 과정에서 화상을 입었습니다. 이 사고는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인정돼 산재로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. - 사례 2: 화상 회의 준비 중 의자에서 넘어져 다친 사고
또 다른 사례에서는 근로자가 화상 회의를 준비하며 자료를 꺼내려다 의자에서 미끄러져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습니다. 이 사고 역시 업무 시간 내, 업무와 관련된 행위 중 발생했기 때문에 산재로 인정됐습니다.
반면 다음과 같은 사례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.
- 사례 3: 점심시간 개인 활동 중 발생한 사고
근로자가 점심시간에 개인적으로 요리를 하다 칼에 손을 베인 사고는 업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돼 산재로 불승인되었습니다. - 사례 4: 업무 외 시간에 발생한 사고
근로자가 업무 시간 이후 TV를 시청하던 중 소파에서 일어서다 허리를 다친 사고 역시 업무수행성과 업무 기인성이 인정되지 않아 산재로 보상받지 못했습니다.
이처럼 재택근무 중 산재 인정 여부는 사고가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. 사고가 발생한 시간과 공간, 당시 수행하던 행위가 업무와 관련 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.
재택근무 산재 신청, 선택 아닌 권리입니다
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 중 다치거나 병이 생겨도 “집에서 다친 거라 회사와 상관없다”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.
하지만 재택근무 역시 근로계약상 근로 시간과 업무 장소 내에서 수행하는 업무에 해당하므로,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나 질병은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습니다.
물론 업무 기인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더 까다로울 수는 있지만, 이를 두려워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.
충분한 증빙자료와 정확한 절차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 중요합니다.
오늘부터라도 준비하세요
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재택근무 중 산업재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.
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에 대비해 업무 공간과 시간 관리, 업무 기록 습관, 사고 시 증거 수집 방법 등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.
‘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으니 산재가 안 될 거야’라는 생각은 이제 옛말입니다.
내 집이 곧 나의 사무실이 되는 시대, 재택근무 중에도 나의 안전과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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